누구나 디지털 공간에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 시대다. 2025년 현재, 사람들은 SNS, 이메일, 온라인 은행, 구독 서비스, 디지털 사진, 클라우드 메모장 등 수많은 플랫폼에 자신의 삶을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낯설다. “내가 죽은 뒤, 이 모든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물음이다. 실제로 사망자의 SNS 계정이 방치되거나, 가족이 접근하지 못해 남은 디지털 재산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직업이 바로 디지털 장례플래너(Digital Funeral Planner)이다. 이들은 사망 이후의 디지털 자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유족의 심리적, 법적 부담을 줄여주는 전문 역할을 수행한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장례플래너가 하는 일, 필요한 역량, 사회적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자.
디지털 장례플래너란 누구인가?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사망자의 온라인 자산과 계정, 디지털 기록을 정리·관리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기존의 장례플래너가 물리적 장례 절차(장지 선택, 꽃 장식, 의전 서비스 등)를 총괄했다면,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디지털 세계 속 장례절차를 설계하는 인물이다. 여기에는 SNS 계정 삭제, 이메일 계정 잠금, 온라인 구독 해지, 클라우드 자료 백업, 가상화폐 상속, 온라인 유언장 등록, 사후 메시지 자동 발송 서비스까지 다양한 업무가 포함된다.
이 직업이 탄생한 배경에는 디지털 사망관리(digital death management)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한국 내에서 매년 약 3만 건 이상의 사망 관련 디지털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계정 접근 문제나 디지털 재산 상속 분쟁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술은 빠르게 진화했지만, ‘죽음’이라는 사건 앞에서는 여전히 준비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그 틈을 메우는 새로운 전문가군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장례플래너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디지털 장례플래너의 업무는 사망 전과 사망 후로 나뉜다. 사망 전 단계에서는 의뢰인의 디지털 자산 목록을 점검하고, 각각의 자산에 대해 관리 지침을 세운다. 예를 들어, SNS 계정은 비공개 전환 또는 추모 계정 전환, 이메일은 자동 회신 설정, 사진/문서 등 클라우드 파일은 유족에게 전달하도록 구성한다. 또한 생전에 사후 메시지를 설정해둘 수 있는 서비스를 연결하거나, 영상 유언장을 녹화·보관하기도 한다.
사망 후 단계에서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실제로 디지털 유산을 정리한다. 각 플랫폼의 고객센터와 연락하여 계정 폐쇄나 접근 권한 이전을 처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 전문가와 협업하여 디지털 상속 절차를 진행한다. 특히 가상화폐나 NFT 같은 디지털 자산의 경우 접근 키를 알고 있는 사람이 사망하면, 그 자산은 영구히 소실되기 때문에 생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기술, 감정, 법률을 아우르는 복합적 업무를 수행하며 유족의 심리적 부담까지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장례플래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단순한 IT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직업은 기술적 이해, 법률 지식, 커뮤니케이션 능력, 심리적 공감력이 결합된 복합형 역량을 요구한다.
- 기술 역량: 다양한 플랫폼(SNS, 이메일, 클라우드 등)의 계정 관리 방식과 백업 방법, 2단계 인증 해제 절차, 디지털 키 관리 등을 이해해야 한다.
- 법률 지식: 유언장, 개인정보 보호법, 디지털 유산 관련 민법 및 상속법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특히 사망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
- 심리 상담 능력: 유족은 대부분 슬픔과 혼란 속에 있으며, 디지털 장례 과정에서도 감정적인 위로와 배려가 필요하다. 장례플래너는 감정노동자가 아닌 전문 상담자의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 의사소통 및 중재 능력: 가족 간 유산 분쟁, 계정 관리 주체 결정 등에서 중립적 조율자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중재와 협상 능력도 필요하다.
또한 최근에는 디지털 장례플래너 양성 교육과정이 생기고 있으며, 일부 대학이나 민간기관에서는 관련 자격증까지 발급하고 있다.
디지털 장례 시장은 왜 커지고 있는가?
디지털 장례 시장은 단순한 서비스 시장을 넘어서 새로운 산업군으로 성장 중이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고령화와 디지털화의 동시 진행이다. 은퇴 이후에도 스마트폰과 SNS를 사용하는 고령층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디지털 자산이 증가하고 있다. 가족들은 디지털 장례 문제에 익숙하지 않아 전문인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둘째, 플랫폼의 정책 변화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사망자 계정 처리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으며, 이제는 이용자가 생전에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장례플래너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셋째, 정서적 이유다. 현대인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더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사망자의 SNS를 추모 공간으로 유지하고, 생전에 남긴 콘텐츠를 기념 자산으로 보존하려는 정서적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삭제가 아니라, 기억을 설계하는 직업으로서 디지털 장례플래너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디지털 장례 산업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관련 스타트업도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인가?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단기적 트렌드가 아니라, 디지털 사회 구조 변화에 맞춘 필연적인 직업이다. GPT,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계속해서 인간의 삶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죽음 이후의 공간 또한 디지털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향후 ‘사후 관리 전문가’로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속 추모 공간 운영자, 가상 유산 자산 관리자, AI 기반 사후 메시지 설계자 같은 직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직업은 인간 중심의 판단과 감정적 공감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GPT가 디지털 계정을 정리할 수는 있어도, 유족의 감정에 공감하고, 가정 내 분쟁을 조율하며, 개인의 철학에 맞는 장례 방식을 설계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기술과 인간성의 접점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오히려 GPT 시대에 더 각광받는 직업이 될 것이다.
결국 이 직업은 기술을 다루되,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는 사람, 사람의 마지막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죽음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사건이며, 그 마지막을 품위 있게 마무리해주는 전문가는 앞으로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마무리 요약
- 디지털 장례플래너는 디지털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정리하는 미래형 직업이다.
- 기술, 법률, 감정,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결합된 융합형 직무다.
- 고령화 + 디지털화 + 정서적 수요의 증가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 인간 중심의 직업이므로 AI로 대체되기 어려운 분야다.
- 미래에는 메타버스, 블록체인 기반 장례로까지 확장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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